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대뇌피질이 위축돼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의 질이 나쁠수록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조재림·김창수 교수와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내용이다.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 두께를 얇게 만들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대기오염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 몸 전체에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뇌에 도달하면 신경염증을 일으킨다. 선행 연구에 의하면 대기오염 물질은 대뇌피질 위축에 영향을 끼친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알츠하이머로 이어지는지 살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다. 기억, 학습 등 뇌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건강한 일반인의 대뇌피질 두께는 평균 2.5mm인 반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2.2mm로 얇다.
연구팀은 2014년 8월부터 32개월간 서울, 인천, 원주, 평창에 거주하는 뇌 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대기오염은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3) 등 주요 대기오염 물질 세 가지를 지표로 삼았다.
연구 결과, 대기오염 물질 농도가 올라가면 대뇌피질 두께가 감소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이산화질소가 10ppb 높아질 때 대뇌피질 두께는 각각 0.04mm, 0.03mm, 0.05mm씩 줄었다.
뇌 영상 기반 인공지능 기법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를 예측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뇌 위축 지수 평가’도 진행했다. 연구대상자들의 대뇌피질 두께 축소 정도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비교하는 방법이다.
평가 결과, 대기오염 물질로 인한 대뇌피질 감소 양상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대뇌피질 위축 부위와 흡사했다.
연구대상자들은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뇌섬엽 등 사고력과 주의력, 공간지각력,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줄어들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이 부위들이 위축되면서 기능이 감소하고 치매가 발생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질 때마다 전두엽 두께는 0.02mm, 측두엽은 0.06mm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농도 10㎍/㎥ 상승 시에는 측두엽 두께가 0.18mm 줄었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10ppb 증가할 땐 전두엽과 두정엽 0.02mm, 측두엽 0.04mm, 뇌섬엽 0.01mm가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농도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인지기능 점수는 각각 0.69점, 1.13점, 1.09점 떨어졌다. 연구대상자들의 계산, 언어, 기억 능력 등이 감퇴했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위험은 각각 1.5배, 2.2배, 1.7배 증가했다.
조재림 교수는 “이번 연구로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을 위축시켜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외출을 삼가고 바깥 활동 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선행 연구에서 대기오염이 감소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기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실질적으로 치매 발병 위험이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인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환경오염 극복은 인류의 필수과제다.
출처: kordemi.com
[사진=s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