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유산균을 포함해 장내 건강을 돕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뇌에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영양학회 연례회의에서 소개된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UNC) 연구진의 리뷰를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gut microbiome)은 내장에 서식하는 수조 개의 박테리아(미생물) 군집을 말한다. 소화와 다른 신체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 방어부터 비타민, 항염증 화합물, 심지어 뇌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까지 생산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내장 마이크로바이옴과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핵심은 나쁜 박테리아가 풍부하거나 좋은 박테리아가 부족한 특정한 내장 마이크로바이옴 프로파일이 이러한 질병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치매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연구는 치매를 가진 노인의 내장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지능력이 뛰어난 노인의 내장 마이크로바이옴과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는 아직 치매 증상은 없더라도 뇌에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지표(아밀로이드 베타 응결과 타우 침전물)를 지닌 노인에게도 이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가 나타났다.
노스캐롤나이나 대학교(UNC )의대의 마샤엘 알주마아 연구원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가벼운 인지 장애를 가진 노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는데, 기억력과 사고가 덜 심각한 문제로 치매로 진행될 수도 있고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진은 프로바이오틱스의 하나인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 GG’(LGG 유산균)로 내장 마이크로바이옴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시험했다. 연구진은 인지적으로 건강하거나 가벼운 인지 장애의 표준 기준을 충족하는 52세~75세의 성인 169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무작위 선정으로 2개 그룹으로 나뉘어 3개월간 매일 LGG 또는 위약을 복용했다.
연구진은 연구 초기 가벼운 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프레보텔라(Prevotella)라는 박테리아가 많다는 차이를 발견했다. 3개월 뒤 상황이 바뀌었다. 인지장애를 가진 참가자의 프레보텔라가 감소했고, 그 변화는 기억력과 사고력 등에 대한 표준 검사 결과 개선 정도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대조적으로, 인지적으로 온전한 참가자들은 그러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지기능 저하를 둔화시킬 경우 증상이 경미할 때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장에 서식하며 면역 방어부터 비타민, 항염증제, 심지어 뇌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 생산에 이르기까지 소화 및 기타 여러 신체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조 개의 박테리아 및 기타 미생물을 말한다.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연구는 동료평가를 받은 학술지에 발표되기 전까지는 예비 연구로 간주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역시 예비적인 결과로 추가 검증을 통해 의학적 근거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이버그의대의 로버트 바사 교수(신경학)는 “그 효과가 강력하고 재현성이 있는지 말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내장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연구라는 점에서 유망해 보인다”고 밝혔다 예일대 의대의 토마스 비더러 교수(신경학)도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표적화해 균형을 재조정하고 인지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알주마아 연구원과 동료들은 프레보텔라가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특정 프로바이오틱스의 영향인지 여러 프로바이오틱스의 조합 때문인지에 대한 추가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알주마아 연구원은 “내장 마이크로바이옴은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지중해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 운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